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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

[NPO 인턴] 비영리단체 인턴을 그만두다

*2020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NPO (비영리단체)에서의 약 4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4개월을 일했지만 어디에도 경력으로 넣을 수 없다. 왜냐? 중간에 탈주했으니까.

 

진짜 힘들어도 끝까지 가는 성격이다. 나는 버티는 게 바로 내 장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 의견이 묵살되는 이곳에서 더 이상 목표고 의지고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상사는 자신의 의견만 내세울 뿐이었다. 심지어 불리하면 잠수를 탔다.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원래는 해당 비영리재단의 자원활동가로 지원했다. 그러다 상사의 눈에 들어 운 좋게 인턴으로 뽑혔다. 여느 작은 단체에서의 경험이 그렇듯 '무급'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한 단체는 성장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본부를 만들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두 명이 첫 인턴으로 뽑혔다. 첫 인턴이라는 뿌듯함과 내가 자리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은 뿌듯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Photo by  Annie Niemaszyk  on  Unsplash

 


 

내가 했던 일을 사무 활동이었다. 대관업무와 비용에 관련된 일을 맡게 되었다. 나는 행사를 진행하고 본부에서 조언을 해주거나 함께 새로운 행사를 계획하고 꾸려가는 일을 기대했다. 

 

비영리단체의 특성상 참여하는 사람의 관심도와 열정에 따라서 일이 진행된다. 돈이 아닌 관심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원래 기대와 특히 인턴과 내 직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업무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이 기회를 통해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서 진행하고자 했다. 다른 자원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원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생각된 행사를 위에 전했지만 매번 안된다는 말만 나왔다. 

 

심지어 그 안되는 이유도 납득이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전에 해서 잘 안돼서 안된다더니 새롭게 시선으로 내용을 짜서 이야기했더니 자기가 이미 안된다고 했으니 안된다는 식이였다.

 

단체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내부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점점 애정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Photo by  Hans-Peter Gauster  on  Unsplash

 

점점 사소하게 여겼던 문제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문제는 단체 통장에 대한 문제였다. 이미 단체 통장이 있는데 담당자가 온라인 뱅킹 신청을 안 해서 매번 은행에 가서 돈을 뽑아서 자원활동팀에게 전해야 했다. 그러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미 있는 통장에서 온라인 뱅킹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 계좌 중 하나를 단체용으로 사용하자는 말이 나왔다. 이미 단체에 대해 실망을 하고 있던 차라 나는 내 개인 계좌까지 단체를 위해 내주고 싶지 않았다. 싫다고 해도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면서 계좌를 만들라고 압박할게 보여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루기만 했다. 

 

두 번째는 일방적인 명령 체계. 몇 번 자원활동가팀과 본부 윗분 사이에서 문제가 터졌다. 약속했던 행사를 기간을 갑자기 늘리라고 본부의 대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명령했다. 그에 대해, 힘들겠다고 반박하니 이 행사를 위해 그 정도도 못하냐며 열정이 없다며 무시하거나 놀기에 바쁜 사람 취급하면서 상황을 악화 시키기를 반복했다. 

 

+ 내가 반박하면 자기가 불리한걸 아시는지 매번 안읽씹을 하셨고요. 

 

여기서는 유용한 토론이란게 아예 불가능했다.


Photo by  Etienne Girardet  on  Unsplash

 

아무튼,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여기서 내 시간과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싫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8월 어느 날, 상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단체 전용 이메일이 없어 카톡으로만 대화했다.)

 

내가 원하는 길과 달라 열정이 안 생기니 일을 못하겠다고 내 책임을 다 못해서 죄송하다고 연락했다. 그렇게 나의 비영리재단 인턴 생활이 마무리되었다.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나를 구겨 넣을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더 나은 기회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직책에 미련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