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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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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가 없는 호의가 사람을 바꾼다. 나는 호주에서 워홀하는 11개월 중 약 6개월은 무료로 숙박과 식사를 받으면서 살았다. 농장도 공장도 아녔다. 피가 1도 섞이지 않은 평범한 백인 노부부 가정 두 곳에서 손녀라도 된 것처럼 그들의 가족 식사에 초대를 받고, 함께 캠핑도 다니면서 살았다. 크리스마스에는 서로 선물을 교환했고, 내 생일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때로 호스트는 내게 집을 맡기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났다. 나는 집에 혼자 남아 매그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친구와 밤새 넷플릭스를 보곤 했다. (호스트 엄마가 먼저 혼자 있기에는 무서울 테니, 친구를 부르라고 하셨다.) 2주만 지낼 예정이던 내가 생각보다 일을 구하지 못하자, 일을 구할 때까지 계속해서 지내도 된다고 했던 멜버른 호스트. 갑작스럽게 오페어를 하던 집에..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빴으면 좋겠다 수차례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고 내 근무 역시 모두 취소가 되었다. 이제 내게는 남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니 할일이 사라졌으니 내 하루 24시간 모두가 남는 시간이다. 자기계발로 채워보겠다고 선언했지만 너무 남는 시간은 오히려 계획적으로 살기가 더 힘들다는 결론을 매일 내리고 있다. 빈시간의 구멍이 전혀 매워지지못한채 과거로 지나간다.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늘도 외로운 자기반성을 하게 한다. 연수 생활로 주 5일 매일 아침 9시 출근을 할 때는 연수만 끝나면 푹 쉴 거라 다짐했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입맛도 잃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연수가 끝나고 3주 차, 이제는 할 일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람이 참 약았다고 생각한다. 바쁘면 바빠서 싫고 ..
집나간 입맛이 돌아왔다 연수생활이 끝났다. 그리고 사라졌던 내 입맛도 차츰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역대급으로 입맛이 없었다. 피자를 한 조각만 먹고 끝낸다거나 짜장면을 세입 먹고 마는 내 평생에 경험조차 해본 적이 없는 상태로 한 달 넘게 지내왔다. 하루에 다섯 끼도 충분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밥그릇의 반을 먹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주위 사람들이 느낄 만큼 살이 급격하게 빠지고 말았다. 친구에게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연수생활을 해보라는 조언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입맛의 사이클이 있을 거라고 장난처럼 툭 던지면서 식탁을 떴다. 많이 먹고 싶을 때가 있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고... 입맛의 실종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연수 중반부터 인간 관계로..
뻔뻔해지기 연습 최근 들어 무엇인가를 할 때, 긴장되고 속이 우글거리면서 입맛이 사라지는 상태가 계속된다. HSK 시험을 앞두었을 때 그리고 지금 연수생 생활을 하면서도 빈번하게 속이 안 좋아진다. Stress me out. 긴장감이라는 태풍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자신감은 사라지고 연약하디 연약한 뼈대만 남았다. 자신감이 없으니 어느 순간부터 내 이전 행동을 스스로 검열하면서 이건 잘못되었고 이건 무지했다고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은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과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결국 또 후회한다. 주위 사람의 반응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고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결국 지난 주말 쓰러질듯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내 이런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앞으로 이 ..